애플 TV에서 방영 중인 '재난, 그 이후'라는 드라마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플 오리지널 드라마이다. 원작과 드라마 모두 2005년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지나간 뒤에 실제 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재난상황이 닥쳤을 때 인간의 심리와 윤리적인 딜레마 상황을 표현한 드라마이다. 드라마를 보고 꽤 충격을 받았는데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하니 더 마음이 아팠고 모두가 힘들었던 상황이 지나간 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꽤나 씁쓸해지는 영화였다.
진짜 재난은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난 후부터 시작되었다
이 드라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지나간 5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메모리얼스 병원은 허리케인을 피해 대피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미국에서 허리케인은 흔히 있는 일이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한 수잔과 의료진들은 이번 허리케인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카트리나는 엄청난 양의 비와 바람을 몰고 오며 병원의 발전기가 침수될 위기에 처하고 두 건물을 연결하는 중간 통로 역시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위원장 수잔은 침수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없어서 별다른 대책이 없었고 애나 포라는 의사와 다른 의료진들은 곧 무너질 것 같은 연결통로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그렇게 태풍은 지나갔고 맑게 갠 아침을 맞이하며 사람들은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여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재앙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으니 근처에 있던 둑이 범람하여 더 큰 물들이 도시로 밀려들어 병원 역시 점점 더 침수되고 있었다. 심각해지는 상황에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소문이 돌고 먹을 것이 부족해진 사람들은 가게의 물건들을 도둑질하기 시작한다. 수잔은 병원 본사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본사에서는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펼치지 않는다. 시에서 공급해주는 전력마저 끊긴 상황에서 병원 안 사람들은 부족한 식량과 더위와 싸우며 구조될 날만 기다린다. 한편 수잔과 의료진들은 구조대가 왔을 때 대피해야 하는 환자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이로 인해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마찰이 생긴다. 헬기로 구조하기에는 위급한 환자들 밖에 대피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료진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들 구조에 힘쓴다. 한편 라이프케어라는 작은 의료시설에서는 대피 요청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이어서 메모리얼 병원에서 함께 환자들을 구조해주기를 요청하는데 메모리얼 본사에서는 다른 병원이라며 구조 요청을 거절한다. 더위는 점점 심해져가고 물도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들은 더욱 고통에 몸부림치는데 의사인 애나 역시 이를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최선을 다해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노력한다. 고립 4일 차, 보건부에서 병원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병원에 도착하는데 환자들을 상태 별로 분류하여 다른 색깔의 팔찌를 채울 것을 제안한다. 수잔은 병원에 남은 반려동물들까지는 구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어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조치를 취하자고 결정 내린다. 또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모른다고 얘기한다. 수잔은 라이프케어의 환자들 역시 함께 대피하자고 제안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은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라이프케어의 담당자 다이앤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게 구조보트와 헬기가 도착을 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자들부터 대피를 시작하는데 일부 환자들은 구조에 어려움이 있어 애나를 포함한 몇 명의 의료진들과 함께 병원에 남게 된다. 그다음 날 병원에서는 시신들이 발견되고 검찰에서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다.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려했던 의사 애나의 선택
단 5일만에 수십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던 이유는 바로 환자들의 고통을 지켜보기 힘들었던 의사 애나가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안락사를 시켰기 때문이었다. 당시 구조대조차 바로 들어오지 못했던 병원의 상황은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전기가 끊어진 상태에서 열기와 싸워야 했으며 침수로 인해 물과 식량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환자들은 더욱 고통스러웠고 이를 지켜보는 보호자와 의료진들은 더욱 가슴이 타들어갔다. 심지어 다른 의료진들과 보호자들은 모두 대피를 한 상황에서 대피할 수 없는 몇몇의 환자들과 함께 끝까지 남은 애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이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한다. 안락사를 시키고자 한 것은 애나 혼자만의 독단적인 선택이 아니었으며 위원장이었던 수잔 역시 암묵적으로 이를 지시하였고 다른 의료진들도 이 사실을 알고 묵인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조사가 진행되자 모두가 애나가 저지른 일이라며 자신들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그녀의 책임으로 몰아세운다. 그 누구보다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끝까지 힘썼던 애나는 한 순간에 모든 책임을 덮어쓰게 생긴 것이다. 실제 이 사건이 언론에 의해 밝혀지게 되자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일었다. 기소된 애나와 관련 의료진들의 재판이 진행되었으나 법원에서는 당시 병원의 상황이 심각했음을 인정하고 애나의 선택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결론 지어 사건을 기각시켰다.
누구도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이 드라마에서는 실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에 의해 재난 그 이후에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각종 가짜 뉴스와 진실을 알 수 없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도움이 간절한 사람들을 이용하여 도둑질과 금품 갈취가 발생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며 힘겨운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위급한 상황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다가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나타나서 책임을 묻는 자들이 존재한다. 드라마 중간에서 이를 반려동물에 빗대어 드라마 전체의 메시지를 표현한 장면이 나오는데 누군가는 끝까지 자신의 반려동물을 지켜내 살리는 자가 있는 반면 그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두려워 안락사를 시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함부로 그 선택에 대해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구조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자들에게 물 한 모금 마시게 해 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재난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슬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게 하고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줄 희생양을 찾는 것은 더욱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재난 상황 이후에 항상 발생하는 듯하다. 이 드라마를 통해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는 이상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다시는 이 같은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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