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경비원 아저씨가 북한 최고의 천재 수학자라면?
예고편부터 아름다운 영상미와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끌었던 이 영화를 뒤늦게 넷플릭스로 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믿고 보는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 최민식과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첫 주연 영화로 캐스팅된 김동휘라는 신인배우이다. 처음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인공 윤찬영 배우인 줄 알았으나 검색해보니 전혀 다른 배우였다. 신인이라고 하였지만 최민식 배우와 마치 부자지간 같은 호흡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나 역시 학생 때 수학이 제일 약한 과목이었고 거의 수포자 직전까지 갔던 사람으로서 주제 자체는 크게 흥미롭지 않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떠오르는 영상미와 무대 배경에 끌려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우리 학교 경비 아저씨에게 수학 과외를 받다?!
주인공 한지우는 국내 최고 명문고등학교인 동훈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사회 배려 대상자 전형, 줄여서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지우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가정 형편이 많이 어려워서 고액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수학 과목을 힘들어하여 담임인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일반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은 어떻냐는 권유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기숙사 친구들의 심부름(?)으로 학교 밖에서 술을 사 오다가 탈북자인 경비원 박 씨에게 걸리게 되고 담임교사에게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지우는 한 달간 기숙사에서 쫓겨나게 된다. 갈 곳이 없어진 지우는 우연히 경비원 박 씨와 함께 밤을 보내다가 박 씨가 엄청 어려운 수학 문제도 쉽게 풀어낼 만큼 잘하는 것을 알게 된 후 수학 과외를 부탁하여 교내 수학 경시대회인 피타고라스 어워드 때까지 함께 공부하게 된다. 박 씨는 지우에게 문제 대한 이해 없이 답을 알아내는 것보다 질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며 수학 공식을 외우는 대신 수학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리만 가설을 증명한 천재 수학자
그렇다면 경비원 박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그는 탈북한 북한의 천재 수학자 이학성이었다. 그는 수학 난제 중 하나인 리만 가설을 최초로 증명한 사람으로 전 세계에서 그의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우는 학성에게 정체를 밝힐 것을 권유하지만 리만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아들과의 아픈 기억이 있는 학성은 주변의 압박을 피해 자신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가려고 시도한다. 피타고라스 어워드 당일 지우는 학성과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수학 문제를 풀지만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또다시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전학을 가게 될 위기에 처한다. 지우와 학성은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만의 올바른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음악과 영상으로 수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영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π(파이)를 악보로 작성하여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이었다. 곡명은 파이송. 이 영화의 음악감독인 이지수 감독이 수학의 친근함을 소리로 표현하기 위해 직접 숫자에 음을 붙여 만든 곡이라고 한다. 첫 번째로 숫자에 음을 붙여 음악으로 표현한 것에 놀랐고, 두 번째는 파이송이 너무나 아름다운 곡이어서 놀랐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 수학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동안 학교에서 배웠던 머리 아프고 어려운 수학이 아닌 마치 신비한 우주 영화를 보며 느끼는 경이로움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앞서 얘기했던 것과 같이 수학을 배우는 주요 공간인 옛 과학관 교실이 여러 조명들로 꾸며진 클래식 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 영화를 보는 내내 안정감을 주는 요소였다. '말할 수 없는 비밀'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이유가 배경이 학교인 것, 나만 알고 있는 학교의 비밀스러운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이 주는 포근하고 따뜻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영화의 스토리만 보았을 때는 사실 기대했던 것보다 뻔한 내용으로 흘러가서 언젠가 한번쯤 봤던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수학에 대한 접근을 달리하며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수학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역시 최민식은 최민식이었다. 뻔하지 않은 연기로 영화에 몰입하게 하며 그에게 감정 이입하게 하고 또 감동받게 한다. 수학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인생의 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영화였다. 혹시 가족 중에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꼭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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